"러시아인들이 우리를 파리 잡듯이 하나씩 죽이고 있다"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탈출한 주민이 현장 상황은 '생지옥'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리우폴 탈출한 뒤 자포리자의 한 병원에서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우리는 파리와 같다"며 "우리는 인간인데 러시아군이 우리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굴 반쪽이 짙은 청록색 소독약으로 덮여 있는 이 여성은 딸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딸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인해 눈을 잃었다고 이 여성은 비통해 했다. 사위가 딸을 끌어내 현지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병원이 러시아가 쏜 미사일에 맞은 것이다.
남자 친구와 마리우폴을 탈출한 또 다른 20대 여성은 길바닥 시신에 담요를 덮어주는 것이 상례가 됐다고 토로했다.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 나중에 신원 파악을 돕기 위해 이름을 쓴 종이를 병에 넣여 옆에 둔다고 했다.
어렵게 탈출한 여성은 다시 마리우폴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남자친구의 할머니를 구출하기 위해서다.
마리우폴에 남겨진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 멀리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2세의 또 다른 여성은 집에 차가 없어 가족과 함께 차를 얻어 탔으며 평소 1시간30분이면 갈 거리인 베르단스크까지 14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 지역도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갔다.
한편 수도 키이우, 제2의도시 히리키우와 함께 러시아의 주요 공격도시인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점령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28일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인 남부 해안 항구 도시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CNN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역 대부분을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행하게도 오늘 우리는 점령군 손안에 들어갔다"고 사실상 마리우폴 함락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침공한 이래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집중 포격을 가하며 항복을 요구했다.
마리우폴이 러시아 수중에 들어가게 되면 돈바스 지역과 크림 반도를 잇는 남부 벨트를
DPR 군대 대변인 에두아르트 바수린은 31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그들(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겐 이미 탈출 제안이 주어졌지만스스로 거부했다"면서 "그들은 이미 전투원이 아니라 범죄자들이다. 그들이 민간인을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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