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옥죄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 재벌들이 경제난을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알파뱅크의 페트르 아벤 회장은 2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재벌의 자산을 동결해왔다. 은행 계좌를 비롯해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요트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압류했다.
아벤이 소유하고 있는 런던 중심가 아파트와 교외 저택, 남은 은행 계좌도 모두 동결된 상태다. 45억 파운드(약 7조2600억원)를 보유한 자산가인 그는 "이제 사람들이 나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아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영국 금융 제재 시행국은 "아벤은 러시아의 저명한 사업가이자 친크렘린 과두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도 세계 각국의 제재에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그의 초호화 요트 '딜바르'와 영국 내 저택, 석유 재벌 유진 슈비들러가 소유한 제트기 2대 등을 압류했다.
또 다른 러시아 정권 유착 재벌인 알파뱅크 설립자 미하일 프리드만은 27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카드를 넣어도 돈을 찾을 수 없다"며 "도대체 러시아에서 사업했다는 것 말고 우리가 잘못한 것이 뭐냐"고 비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스위스를 향해 러시아 정부의 비호를 받는 신흥재벌의 재산을 동결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화상으로 참여해 이 전쟁을 촉발한 사람들의 돈이 스위스 은행들에 있다며, 그들의 계좌를 동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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