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오스카 폭행' 조사 착수…윌 스미스 "선 넘었다" 사과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파괴적…변명의 여지 없다"
전 세계 시청자·할리우드 배우 '갑론을박' 펼치기도

↑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배우 윌 스미스의 오스카 시상식 폭행을 규탄하고 공식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스미스는 사건 하루 뒤 SNS를 통해 공개 사과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AMPAS는 성명을 통해 "아카데미는 어젯밤 있었던 스미스의 행동을 규탄한다"며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캘리포니아 법률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AMPAS는 시상식이 끝난 뒤 SNS를 통해 "아카데미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스미스는 지난 27일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폭행했습니다. 스미스는 록이 탈모를 겪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조롱하는 농담을 하자 무대에 올라 손바닥으로 록의 뺨을 쳤습니다.



스미스는 인스타그램에 "당신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내가 선을 넘었고 내가 잘못했다"며 록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스미스는 시상식 당일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주최 측과 참석자에게 사건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지만, 피해자인 록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독성이 강하고 파괴적이다.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반성했습니다. 다만 "나를 향한 농담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직업의 일부지만, 제이다(아내)의 질환을 두고 농담한 것은 나로서는 심하다고 생각해 감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작진과 모든 참석자, 전 세계에서 지켜보던 시청자께도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윌리엄스 가족과 영화 '킹 리차드' 제작팀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를 테니스 여제로 길러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 역할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스미스는 "내 행동을 깊이 후회한다. 내 행동만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에게 (전날 밤이) 아름다운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건을 두고 전 세계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록이 먼저 선을 넘었다는 의견도 공존했지만, 스미스의 폭행이 도를 지나쳤다는 의견이 강해지면서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반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거졌습니다.

흑인 사회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아내이자 흑인 여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한 스미스의 행동을 치켜세우는 한편, 일부는 스미스가 충동적으로 표출한 폭력성이 흑인 남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꼴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할리우드 유명인사들도 해당 사건에 입을 열었습니다. 흑인 배우 티파니 해디시는 "흑인 남성이 아내를 옹호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남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스미스의 행동을 옹호했습니다. 반면, 인기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은 "오스카 시상식은 스미스 인생에서 가장 멋진 밤 중 하나였지만, 지금 그에게는 코미디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확실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영화감독 주드 아패토우는 "윌 스미스는 록을 죽일 수도 있었다. 이는 그저 통제 불가능한 분노와 폭력이었을 뿐"이라며 격한 비난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습니다. 흑인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ABC 방송에서 "윌 스미스가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하면서도 "윌 스미스의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을 반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