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모집하는 의용군에 자원했다가 10여일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영국인 남성의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4일(현지시간)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의용군으로 지원했다 돌아온 영국인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해군으로 복무한 에단 데니스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지 6일째인 지난 1일 우크라이나에 가기로 결심했다.
폴란드 남부 제슈프로 이동한 뒤 공항에서 다른 영국인 일행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데니스는 기차를 타고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을 때 수십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키이우에서 무기와 군인 신분증을 받은 데니스는 곧바로 전투에 투입됐다.
그는 "러시아군들은 분명 훈련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며 "의욕도 마찬가지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투는 격렬했고 공포스러웠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데니스는 결국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지 16일만에 귀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위험 부담은 큰 반면 보상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리비우행 난민 열차를 탔고 이후 적십자 천막에서 밤을 지새웠다. 국경까지 걸어 폴란드로 이동한 데니스는 우여곡절 끝에 고향 햄프셔주 포츠머스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날 때 안도감을 느꼈다는 데니스는 "고국에 도착한 나를 보자 여자 친구가 너무 기뻐했다"면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자신은 그곳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데니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 뛰어든 벤 스판(36)은 비록 군 경험은 없지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원했지만 '자살 임무'에 참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 영국에 있는 아내와 16세 아들 곁으로 갔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의용군은 대략 2만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실전 경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토방어 국제 부대'에 참여 의사를 보인 외국인은 미국인 4000명을 포함해 약 2만명 가량이다. 이들은 계약 이후 매월 사병 임금 수준인 3000달러(약 363만원)를 받으며 종전 때까지 전투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의용군 지원자 중 상당수는 아무런 전투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한 미국인 지원자는 WP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편도 비행기표를 끊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격장에서 총을 쏴봤지만 '전투' 경험은 종합격투기(MMA) 수업에서뿐이라고 털어놨다. 가족에게는 피란민의 폴란드 입국을 돕는다고 둘러댔다고 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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