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 지지한다' 내용의 편지 쓰고 9일만에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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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을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AP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프레스(Press)’ 표시를 부착한 차를 타고 가던 언론사 통역사를 납치해 9일간 끔찍한 고문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23일)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취재하는 프랑스 언론사의 현지 코디네이터 겸 통역사로 근무 중인 니키타(32·가명)는 지난 5일 러시아군에 붙잡혀 9일 동안 고문을 당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중부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프랑스 언론사 직원들과 함께 머물고 있던 니키타는 가족들이 있는 지역에 러시아군의 폭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니키타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자 프랑스 언론사 차량을 빌려 가족들이 있는 마을에 갔습니다.
이때 차를 운전해 가족들에게 향하던 니키타는 매복 중이던 러시아군에게 기습 공격을 받았습니다. 니키타가 몰던 차량 앞에는 취재 차량임을 알리는 ‘프레스’ 표시가 부착돼 있었지만 러시아군은 니키타의 차량에 수십 발의 총알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니키타의 차는 결국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6명의 군인은 그를 차에서 끌어내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니키타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여러 차례 자신이 민간임을 밝혔지만 러시아군은 구타를 이어갔습니다.
러시아군이 니키타를 우크라이나 정찰병으로 의심한 것입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의 눈을 가려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장소로 데려가 다시 폭행을 계속했습니다. 니키타는 자동소총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몸 곳곳을 맞았고, 치아가 깨지고 피를 토하기까지 했습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도랑에 던진 후 총을 그에게 겨눴다가 일부러 빗나가게 총을 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숲속 야영지로 데려가 나무에 묶고 결혼반지와 신발을 갈취하기도 했습니다. 폭행도 이어졌는데, 군인들은 개머리판과 쇠막대기를 휘둘렀고 이에 니키타는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3일 동안 숲속 나무에 매달려 있던 니키타는 러시아군에 납치된 다른 민간인 2명과 함께 8일 장갑차에 실려 다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스파이로 의심하며 5~10초가량의 전기 충격을 서너 차례 가했습니다.
니키타는 이들의 강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쓰고 서명했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지하실에서 더 감금돼 있었고, 이후 납치 9일 차인 13일에 풀려났습니다.
니키타는 여전히 심각한 부상과 끔찍한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외신 코디네이터 업무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한편, RSF는 지난 17∼18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개소한 언론자유센터에서 이같은 니키타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RSF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니키타 씨의 증언은 러시아군이 언론인을 상대로 저지른 전쟁범죄가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준다”며 “용감한 니키타 씨의 증언을 ICC에 제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