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하고 부끄럽다"…신문 발행 멈추지 말자는 뜻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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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1)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러시아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기 위해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반체제 인사이자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는 지난해 자신이 수상한 노벨 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부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상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지 경매 업체에 문의 중"이라며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무고한 피란민, 다치고 아픈 어린이와 메달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메달을 판매한 수익금을 비정부기구인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재단'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재단은 피란민들을 위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해왔습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1993년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아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습니다. 그는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전쟁의 참상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정권이 이달 초 가짜 뉴스 유포자에게 최고 15년 징역형을 내리겠다며 러시아 언론에 재갈을 물린 이후에도 무라토프 편집장은 주 3회 발행을 고수하며 편집국을 지켰습니다.
무라토프는 WP에 "비통하고 부끄럽다"며 "우리나라의 무기가 이웃 나라를 파괴한 이상 우리는 그 전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노바야 가제타 편집국 인원 75%가 신문 발행을 멈추지 말자는 뜻을 모았다고 WP는 전했습니다.
노바야 가제타는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세계신문협회의 '자유의 황금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인 25일에는 1면에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병기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인의 반전 운동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한편, 노바야 가제타 신문은 체첸 전쟁의 참상을 폭로한 안나 폴릿콥스카야 기자가 2006년 총격으로 사망하고 소속 기자 6명이 의문사를 당하는 등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취재와 보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군사작전'이 아닌 '침공'이나 '전쟁' 등으로 표현할 경우 해당 언론사를 징계하거나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라디오 방송국 '모스크바의 메아리'는 지난 3일 청산됐습니다. 이 언론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주요 주주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이 매체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67) 보도국장은 NYT에 "정상적인 국가라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언론사일 뿐"이라며 "우리는 모든 관점을 공유하고 성역 없는 보도로 정통 저널리즘을 수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얻은 '전쟁은 공포이자 비극'이라는 교훈은 우리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TV레인' 역시 지난 1일 방송 금지 처분을 당했습니다. 'TV레인'은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으로 정부기관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매체는 3일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 잠정 중단을 선언
티콘 자드코(35) 편집장은 방송에서 "우리는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설립자 나탈리아 신데예바(51)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며 "언젠가 무슨 형태든지 플랫폼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