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총성 울리지 않았지만, 전쟁 여파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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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현지시간) 오후 1시 28분 공습경보 알림 앱을 통해 우크라이나 남서부 체르니우치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음을 확인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을 위한 공습을 계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서부 지역 체르니우치 지역에선 하루 여섯 번의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습니다.
고음역의 사이렌이 날카롭게 울리는 한국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저음역의 낮은 소리로 사이렌을 울립니다. 이에 현지 주민들도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공습경보 알림 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체르니우치 시민들은 연이은 공습경보에도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도로엔 차가 지나다니고, 시민들은 신호등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합니다.
체르니우치는 러시아의 공습 이후 지원센터를 마련해 피란민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구호 물품을 전쟁 지역으로 보내는 후방 지원 센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주민 드미트로 씨는 "미사일이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면 어디에 숨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디에 있든 죽을 수 있다"며 전쟁 상황에도 태연한 이유를 전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북부와 동부, 남부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서남부의 체르니우치는 개전 이후 한 번도 총성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피란민이 몰려들었습니다. 평상시 인구는 약 25만 명이지만, 개전 후 약 5만 3천 명의 타지인이 체르니우치 시청에 피란민으로 등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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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에 러시아·우크라이나어로 '어린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피란민 차. / 사진 = 연합뉴스 |
체르니우치 시청엔 피란민 등록을 위해 온 타지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했고, 다른 지역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전쟁의 여파를 완전히 피하진 못했습니다.
전쟁으로 민간용품의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며 상점의 매대 일부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한국 기업 역시 피해를 입었습니다. 체르니우치 번화가에 있는 삼성전자 매장은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잦다 지난 1월 말 대부분 현지에서 철수했습니다.
태연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예민해져 갔습니다. 한 주민은 체르니우치 시내 아파트에 머물던 연합뉴스 취재진을 보고 수상한 외국인이 들어왔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은 놓지 않았습니다.
체르니우치 외곽의 구호물품지원센터에선 상당수의 자원봉사자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선에서 싸울 순 없지만, 나라를 지키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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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흐단 코발리크 체르니우치 주(州) 부지사. / 사진 = 연합뉴스 |
센터를 책임지는 보흐단 코발리크 체르니우치 주 부지사는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뭉치게 했다"며 "전쟁 전에는 자신의 이익과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행동했지만, 전쟁 이후로는 모든 사람이 오직 승리만을 위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CNN에 따르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곳곳에서, 특히 우크라이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휴전에 대한 합의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엘리제궁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한 합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