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 살던 11세 소년이 혼자서 965km의 피난길에 나서 무사히 슬로바키아에 도착해 현지의 가족들을 만났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하산 피세카의 손등에 적힌 가족들의 전화번호. [사진 출처 = 데일리메일] |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11세의 하산 피세카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슬로바키아 국경까지 600마일(965km)을 혼자서 여행해 무사히 가족들과 재회했다고 보도했다.
하산 피세카는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 줄리아 피세카는 84세의 노모를 돌봐야 해서 피난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자포리자의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는 등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결국 어머니 줄리아 피세카는 슬로바키아에 있는 하산 피세카의 형과 친척들에게 하산 피세카를 맡기기로 하고 11세의 아이 혼자서 피난길에 나서게 됐다.
하산 피세카는 여권을 담은 비닐 봉지를 들고 손등에 형의 전화번호만 적은 채 1000km를 홀로 여행했다.
하산은 슬로바키아 국경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기차를 갈아타고 무사히 슬로바키아 국경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홀로 피난 중인 아이를 발견한 우크라이나 공무원들이 슬로바키아측에 연락을 취해 그의 친척들이 슬로바키아 국경까지 아이를 마중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하산은 피난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으로 피난민으로 꽉 찬 열차를 탄 것을 꼽았다.
하산은 "열차가 매우 붐볐다. 한 객차 안에 300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다"라며 "사람들은 복도에도 앉아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외국어로 말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 |
↑ 혼자서 965km 거리의 피난에 성공한 11세 소년 하산 피세카가 뒤늦게 슬로바키아에 도착한 어머니 줄리아 피세카와 재회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데일리메일] |
그러면서 "우리 마을 옆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러시아인들이 공격하고 있다"며 "나는 어머니 곁을 떠날 수도 없고 어머니는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산 피세카의 어머니도 최근 하산의 할머니와 함께 슬로바키아로 탈출해 아들과 재회했다. 하산이 언제 슬로바키아를 출발했는지, 언제 하산의 어머니가 슬로바키아에 도착했는지 정확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슬로바키아에 새 둥지를 튼 11세 소년 하산은 "가족이 있는 곳에 내가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단지 우리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산의 형은 "그는 4형제 중에서 가장 어리고, 혼자서 차도 끓이지 못한다"라며 "그런 그가 혼자서 국경을 넘는다고 하니 매우 걱정스러웠다"고 전했다.
로만 미쿨레크 슬로바키아 내무장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