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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화 부채는 150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한다. 당장 이달까지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7억3000만달러가 넘는다. 서방국의 제재로 대다수의 국가와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진 러시아가 대규모 채무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러시아의 디폴트는 가능성 낮은 일이 아니다"라며 "빚을 갚을 돈이 있어도 그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00억달러로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규모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면서 돈줄을 막았다. 외신과 기관마다 추산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러시아가 당장 유통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120~300억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도 내기 힘든데 원금을 갚을 능력이 있을 리 없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 국채의 장기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현재 피치 기준 C등급이다. 기존 B등급에서 C등급으로 여섯 계단 내려갔다. 이는 디폴트 직전 단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BB+등급에서 CCC-등급으로 대폭 낮췄다. 무디스 역시 러시아 95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B3등급에서 Ca등급으로 강등했다. 투자 시 원리금 상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모두 국가부도 단계와 근접하다.
이에 러시아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채권단에 대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달러화 표시 러시아 국채 두 건에서 발생한 이자 1억1700만달러의 지급 만기일이었다. 일부 채권자들은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고 전하고 있지만, 모든 채권자들이 자금을 수령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외화 계정이 있는 미국 은행에 달러로 이자를 지불했다"며 "지급 처리 승인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돈이 국채 투자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루블로 지급하기 위한 대안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확보하기 어려운 달러 대신 러시아 화폐인 루블을 활용하겠다는 의미지만, 국제 금융기관들은 계약상 이자는 달러로만 지급하도록 돼 있어 러시아가 루블로 대체할 시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 1998년 모라토리엄 사태가 재현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당시 러시아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권시장이 출렁이면서 수많은 금융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모라토리엄 사태 때와 달리 글로벌 증시에 무리한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의 채무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가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불 수단이 없어서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러시아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편이고 이미 러시아 채권에 대해 상각 처리를 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또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과 부재 상환 등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미국 재무부의 예외 허용 조건을 활용해 외화 표시 국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현재로서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디폴트 리스크가 제2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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