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소바, "러시아 점령군, 외국 취재진 적극적으로 표적 삼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침공을 취재하던 언론인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기자연맹(IFJ)은 유엔측에 언론인 보호 조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폭스뉴스 소속 영상 기자인 피에르 자크르제우스키가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21km가량 떨어져 있는 호렌카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서방 언론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다 사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폭스뉴스는 성명을 통해 "자크르제우스키는 오랫동안 자사에서 종군 영상 기자로 일하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제 이슈를 다뤘다"며 "언론인으로서 열정과 재능이 넘쳤던 사람이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자크르제우스키와 함께 있던 벤저민 홀 기자는 다리에 부상을 당해 입원중입니다. 앞서 폭스뉴스는 홀 기자의 부상 소식을 전했으나 자크르제우스키의 상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3일에는 전 뉴욕타임스(NYT) 영상 기자로 일한 다큐멘터리 감독 브렌트 르노가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취재 중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후안 아레돈 사진기사도 심각한 부상을 당해 치료중입니다.
dpa 통신이 전한 우크라이나 인권 활동가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개전 이후 현재까지 언론인 4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데니소바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빅토르 두다르가 미콜라이우에서 사망했으며, 예브헨 사쿤 기자는 키이우에서 미사일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러시아 점령군은 적극적으로 외국 취재진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사망한 언론인에 대한 책임을 줄곧 회피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4일(현지시간) 브렌트 르노 사망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네벤쟈 대사는 "우리는 전쟁에서 사망한 모든 이들을 애도한다"면서도 2가지를 분명히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로 사망한 언론인이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아니고, 두 번째로는 이르핀 지역은 우크라이나 군에 통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르노 감독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미국 워싱턴에 있는 각국 신문·방송·통신 특파원 단체 '내셔널프레스클럽'은 성명을 통해 르노의 사망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유럽언론보호위원회는 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중입니다.
IFJ은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45명의 언론인과 미디어 관계자가 살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IFJ은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2021년 전 세계 20개국에서 45명의 언론인 및 미디어 관계자가 표적 살해, 총격 사망, 폭탄 공격 등 업무 관련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1991년 이후 전 세계에서 살해당한 언론인은 2721명에 달합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20명으로 언론인 살해 피해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아메리카(10명), 아프리카(8명), 유럽(6명), 중동(1명) 순이었습니다. 이란에서는 언론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별로는 내전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많은 9명의 언론인이 희생당했고, 멕시코(8명), 인도(4명), 파키스탄(3명) 등에서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며 발발한 전쟁에 의해 희생되는 언론인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련 언론인 보호 조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IFJ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앤서니 밸린저 IFJ 사무총장은 "2021년 우리가 폭력으로 잃은 45명의 동료들은 전 세계 언론인들이 공익을 위해 치
이어 "그들의 희생에 합당한 유일한 헌사는 끊임없는 정의의 추구라고 믿는다"며 "우리가 언론인의 살해에 대한 책임을 보장하는 언론인 보호 협약을 유엔이 채택하기를 지지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