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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병원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부상을 당한 임신부를 들것에 태워 이송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어느 아파트 지하에 신생아 19명이 누워있다고 보도했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모들과 출산일이 임박한 임신부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격에 떨면서 몸조리를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산모들이 대리모라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법적으로 대리모 제도를 허용하고 있어, 대리모 출산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이 아기들의 생물학적 부모들은 캐나다·독일·프랑스 등 타국에 거주하고 있다. 생물학적 부모들은 하늘길과 출입국이 막히면서 아기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모들도 어려움에 처했다. 출산 전후라 심신이 약해진데다가 가족 구성원들은 대부분 출전으로 자리를 비웠다. 또 지하로 대피한 만큼 먼지와 곰팡이가 뒤섞여 공기질이 나쁘고, 필요한 물자는 수급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저귀, 물, 가스 등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한 대리모는 "내 뱃속에 있는 아기는 내 아이는 아닐지 몰라도 엄연한 생명체"라며 "내 출산 예정일까지는 전쟁이 끝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리모를 돕는 호주의 비영리 단체 그로잉 패밀리스는 대리모가 출산한 아기를 해외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단체를 설립한 샘 에버링엄은 "아기와 대리모를 대피시켜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어 보안업체를 알아보기도 했다"며 "현재 전 세계에서 800쌍에 달하는 의뢰인들이 우크라이나 대리모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대리모 관련 기관인 바이오텍스컴도 지하에 마련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
유모인 루드밀라 야셴코는 "이건 악몽이지만 아기들을 버릴 수는 없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하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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