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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국경 도착한 정천식씨.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
우크라이나를 간신히 빠져나온 한국 교민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전쟁은 그의 얼굴과 손등은 물론 마음 곳곳에도 크고 작은 흉터를 남겼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간신히 빠져나온 정천식(59)씨는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넘었다. 탈출을 시도한 지 닷새 만이었다.
정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체르니히우에서 제재소를 운영했다. 체르니히우를 포함해 키이우 북쪽은 개전 후 주요 공격 표적 중 하나였다. 인구 12만 명 규모의 체르니히우는 도시 절반이 쑥대밭이 됐다.
정씨의 평범하던 삶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망가졌다. 정씨의 제재소에서 불과 3∼4㎞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우크라이나 군기지가 하나 있었다.
개전 이후 포성이 멈추지 않았고, 어느 날에는 하룻밤 수백 발의 러시아군의 포탄이 떨어졌다. 정씨는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도 15분 이상 잠들지 못한다고 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크라이나군은 정씨의 제재소를 주둔지로 삼았고, 한동안 정씨는 우크라이나 병사 30여명과 함께 생활했다. 이조차 녹록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의 기밀정보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는 간첩으로 오래받아 폭행을 당하고 감금이 되기도 했다.
결국 정씨는 탈출을 감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손으로 직접 그린 키이우행 '임도'(林道) 약도를 하나 받아 길을 나섰다. 한참을 헤맨 끝에 이틀 만에 키이우에 닿을 수 있었다
키이우에서 르비우까지 열차로 한 번에 온 그는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이틀 정도 숙식을 한 뒤, 현지 우리 대사관 임시 사무소의 차를 타고 무사히 국경을 넘었다.
정씨는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일단 돌아갈 예정이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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