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00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가운데 러시아에서도 경제제재를 피해 국외로 탈출하려는 중산층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 정부는 중산층의 탈출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에서 경제 붕괴를 우려해 수천명의 중산층 국민들이 해외로 도피하자 러시아 정부가 1만달러(한화 약 1217만원) 이상의 현금을 소지한 자국민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금 자동 인출기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주요 은행들의 망을 차단하면서 이들 신용카드 결제도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와 구글페이 시스템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식당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항공편도 대부분 중단됐다. 많은 외국 항공사들이 러시아행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항공사의 영공 진입도 금지시켰다. 러시아 항공기를 받아주는 국가는 얼마 남지 않았고 그나마도 티켓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애플 등 서구 브랜드들도 러시아의 점포를 폐쇄하고 제품 배송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구글에서 '이민'이라는 단어의 검색량도 급증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를 탈출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동안 편안한 생활을 즐겨온 중산층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사 쿼츠도 경제 제재로 급격히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러시아의 상황을 이날 보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현금인출기 앞에서 30분 동안 줄을
이어 "다른 사람들은 루블화가 더 추락할 경우 되팔기 위해서 사치품, 전자제품을 구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독일에서 수입된 심장병 치료제를 샀다"면서 "친구들은 모두 아이폰 충전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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