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송에 출연한 증시 전문가가 러시아 증시에 애도의 뜻을 전하며 탄산수를 들이켜는 장면이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제제재로 금융위기설이 돌고 있는 러시아 현지의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냉각돼있는지를 알려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러시아 투자전문가가 시장의 '죽음'을 위해 술을 마셨다. 그는 산타클로스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지난 2일 DTI 알고리즘 CEO 겸 창업자인 알렉스 부트마노프는 러시아 방송 RBC인베스트먼트의 유튜브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첫 인사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부트마노프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우리 산업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좋은 오후라고 말하지 않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재 러시아 증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째 휴장 중이다. 런던 증시 등에 상장된 러시아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90% 이상 폭락해 증시가 재개장하더라도 패닉 장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진행자는 부트마노프에게 현재의 직업을 유지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25년 전처럼 산타클로스로 일하러 간다"고 답했다.
그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책상 밑에서 병에 담긴 음료수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13년 전 술을 마신 세르게이 우시첸코에게 안부를 전한다"면서 "나는 오늘 탄산음료를 마신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세르게이 우시첸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방송에 나와 시장의 죽음을 축하하면서 보드카를 마신 인물이다. 포춘은 아이러니하게도 세르게이 우시첸코가 현재 우크라이나의 주택 리모델링 업체의 부사장으로 있다고 전했다.
부트마노프
진행자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다 "이 플래시몹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황급히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