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 '러시아 여권' 불태우는 시위 이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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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침공 항의 시위대를 체포하는 러시아 경찰 / 사진=연합뉴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지 일주일 이상 지나면서 러시아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는 분석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습니다. 목숨을 잃은 전사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의 사기가 꺾여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점령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스푸트니크통신·크이우(키예프)포스트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 전사자 추정치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러시아 군인 7,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비해 러시아 정부는 자국 병사들이 500명 안팎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전사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작전 도중 498명이 숨졌고 1,597명이 부상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측의 추정치와 14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은 매일 400명 안팎의 러시아군이 숨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NYT는 미국과 유럽 국가 관리들을 인용해 지난달 24~28일 러시아군 2,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의 흔들리는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잡힌 러시아 군인들은 하나같이 "훈련인 줄 알고 우크라이나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전사한 병사를 수습하지 않고 버려둔 채 이동한 정황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숨진 자국 병사들을 그대로 두고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생포한 포로들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러시아 국방부가 전사자 유족들에게 1만 1,000루블(한화 11만 4,000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군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선 반전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강력 진압에도 70대 할머니부터 7세 어린이까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여권인 알렉세이 니발니는 옥중에서 러시아인들에게 반전 시위를 이어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가디언 등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 외곽 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니발니는 대변인을 통해 "미친 차르인 푸틴에게 겁먹어 침묵하지 말라"며 "매일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선 "러시아인이어서 미안하고, 조국이 부끄럽다"며 러시아 여권을 불태우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푸틴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미하일 프리드먼, 올레그 데리파스카 등 억만장자 러시아 부호들도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무리한 전쟁이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NYT는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담당했던 에블린 파르카스는 "러시아군이 쓰러진 전우들을 전장에 버려둔 채 떠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러시아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생사 여부와 행방을 찾아 나서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