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당시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살아남은 러시아의 한 할머니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를 하던 옐레나 오시포바(77)가 지난 1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오시포바는 러시아 출신 예술가이자 유명 사회 활동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싼 격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하다.
오시포바는 이날 다른 러시아 시민들과 함께 "군인, 무기를 버려라. 그러면 진정한 영웅이 될 것"이라는 표지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러시아 경찰은 곧바로 기동대를 투입했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체포했다.
오시포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오시포바는 경찰 8명에게 둘러싸여 체포됐고, 시민들은 경찰관들에게 멈추라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603명이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가 러시아 경찰에 붙잡혔다.
한편 레닌그라드 격전은 나치 독일이 전략상 요지인 소련 제2의 도시 레닌그라드를 점령하고자 29개월간 도시를 포위하고 치른 공방전이다. 독일은 1941년 9월 1일부터 1944년 1월 소련군의 도시를 해방하기 전까지 레닌그라드로 향하는 육상과 해상교통을 모두 차단했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레닌그라드 공방전 기간 도시 인구는 350만명에서 75만명으로 감소했다. 당시 독일군의 포격·폭격은 포위 기간 내내 이뤄졌고, 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러시아 누리꾼들은 오시포바의 체포 소식을 공유하며 "체포했다는 소식에 소름이 돋는다", "진짜 강한 정부는 고령의 전쟁 생존자를 체포하지 않는다" 등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일주일째 집중 공세 중이다.
양국은 3일 폴란드와 인접한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州)의 '벨라베슈 숲'에서 만나 2차 평화협상을 벌일 예정이나, 국제 사회에서는 이른 시일 내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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