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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인민은행 홈페이지 캡쳐> |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것은 러시아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핵심 보복수단'으로 거론됐었다.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하면 러시아 기업과 개인은 수출 대금을 받거나 수입 대금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대출을 받거나 투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방문 교수는 스위프트 배제 조치는 모든 국제 송금을 중단시키고 러시아 통화 불안을 야기하며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동안 무방비 상태로 있었던 건 아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의 제재를 대비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러시아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중 달러 비율은 2020년 6월 22.2%에서 지난해 16.4%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 비중은 지난해 13.1%를 기록해 달러 비율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미국의 제재에 노출돼온 러시아가 달러 비중을 낮추고 위안화 등 다른 통화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SWIFT 제재 이후 러시아의 위안화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SWIFT의 대안으로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 청 완은 서방의 러시아 금융제재와 관련해 "(달러 대신) 위안화 같은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은 SWIFT와 별개로 자국이 주도하는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라는 별도의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CIPS 사용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시태가 CIPS 확대를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서방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위안화의 위상을 올려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6.3 위안 수준까지 하락하며 위안화 가치가 2018년 4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중국 금융기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절상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를 안전자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속도를 내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금융 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든든한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수입은 지난해 51% 증가하는 등 양측의 에너지 교류가 대폭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중국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리는 30년 장기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은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길을 틀어막아 경제적 타격을 입힌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이 서방국가들이 수입하던 물량을 떠안을 경우 제재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중국은 러시아산 밀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해 주목을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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