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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호 중인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이달 25일 병기를 지급받아 탄약을 장전 중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로이터] |
포격은 물론, 미사일까지 수백여 발을 발사하며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공략 중인 러시아가 개전 사흘째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병력의 50% 이상이 우크라이나로 진격했지만,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우크라 시민들이 장갑차와 중화기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각국의 군사 전문가들과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러시아 침공 시 우크라이나 군대가 버틸 여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소총 등 낡은 병기로 무장한 민간인이 러시아군을 막아낼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거나, 때로는 저지하며 판을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징집령이 떨어지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등 민간인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예프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알렉산더를 현역 장병이 아닌 시민들이 방어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민 일부는 유효사거리가 짧은 산탄총을, 또 일부는 러시아제 권총을 들었지만 여차하면 망치나 칼까지 사용하려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예비군에 합류하고자 줄을 선 수천명의 자원자도 우크라이나의 선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 주요 징집소는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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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일대에서 공습 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이 엄폐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로이터] |
이들은 예비군에 합류하는 한편 정부 지침에 따라 화염병을 제작하고, 러시아에 협력하는 공작원을 색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러시아군을 교란하고자 도로 표지판을 쓰러트리거나 제거 중이다.
NYT가 키예프 징집소에서 만난 우크라 시민 올레나 소콜란은 "나는 건강한 성인 여성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내 의무"라며 "폭발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키예프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호르 자로바는 자원병으로 나서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걱정하긴 했으나,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NYT에 설명했다. 자로바는 "그들은 모두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이 헌혈에 나서고 있고, 해외에서 귀국한 예비군들도 자원군으로 등록 중인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원병들에게 1만8000정의 개인화기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과 민간인 옷을 입은 위장 병력이 키예프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과 시민들의 결사 항전에도 키예프 내에서는 연료 등 물자가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 내 주유소는 대부분 휘발유가 떨어졌고, 신원이 확인된 우크라이나 장병에게만 휘발유를 판매 중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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