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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영 박사가 세미나메서 이지원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8월 25일 KBS '대통령에게 듣는다' 특별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 있다. 최근까지 포스코의 중국 연구소 '포스리차이나(POSRI China)'를 이끌었던 강태영 박사 이야기다.
북경한국인회(회장 박기락)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이징협의회(회장 서만교)는 올해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왕징에서 '한국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의 탐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이 마련된 계기는 강 박사가 최근 중국에서 출간한 책이었다.
강 박사는 지난 2017년 한국에서 펴낸 '이지원,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의 중국판을 최근 출간했다.
강 박사는 '이지원'의 산파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이지원'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청와대 내부 업무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문서관리 시스템의 이름이다. '전자(electronic)'를 의미하는 접두사 'e'가 '지식의 정원'이라는 '지원(知園)'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청와대 내부 업무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의 요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업무를 맡은 사람이 당시 청와대 혁신관리비서관으로 일한 강태영 박사다. 그는 향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이지원'으로 공동 특허도 받았다.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 그가 다시 중국에서 '이지원'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강 박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한 문제의식을 중국에서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지원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사장됐지만 지금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중국에서도 이지원은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동길 북경대 교수는 "한국 정부에서 이지원같이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표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지원 시스템을 폐기하면서 4대강 사업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문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지원과 같은 시스템은 나라의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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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한국대사관의 유창호 총영사는 "외교관으로 해외에 근무하면서 한국 정부의 디지털화를 배우려는 외국 공무원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며 "이지원이 언젠가 한국 외교력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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