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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 연합뉴스] |
17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일론 머스크가 기부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며 57억달러(한화 약 6조8286억원)의 혜택을 받은 자선단체가 어디인지 대중들은 영원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테슬라 주식 504만4000주를 지난해 11월에 기부했다고 보고했다. 이 주식의 시장 가치는 이 기간 종가로 57억달러다.
마켓워치는 자산사업에는 대중 공개법이 있지만,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의 기부 내역은 비밀로 하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2012년 기부 서약서에 서명하고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뒤 기부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테슬라도 머스크의 기부와 관련해서는 언론 취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머스크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연락처도 기재돼있지 않다.
마켓워치는 6조원이 넘는 테슬라 주식을 받은 기부처의 유력한 후보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꼽았다. 머스크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WFP에 60억달러(7조 188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WFP는 언론에 머스크로부터 기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기부처가 향후에 공개될 가능성은 있다. 머스크가 공익재단에 기부를 하고 이 공익재단이 다른 비영리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머스크의 기부처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공익재단은 세금당국에 주요 기부자들과 이들의 기부금을 받은 비영리단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자신이 어느 곳에 기부를 했는지 밝히고 싶지 않다면 이를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기부 기금(DAF)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영리단체가 기부자를 공개하더라도 머스크가 아닌 이 기금의 이름이 공개된다. 기부 기금이 기부자를 감추기 위한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하게 된다. 기부 기금에 적립된 돈이 자선단체에 뿌려지는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비영리단체에 대한 지원 없이 이 계정에 돈만 쌓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이 일단 기금에 돈을 넣으면 바로 세금 혜택을 받는다.
또 억만장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재단을 설립해 이곳에 기부한 뒤 영리목적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들 재단은 어떤 곳에 투자했는지를 세금당국에는 밝히지만 대중에게 공개할 의무는 없다. 메타(옛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이런 케이스다.
일론 머스크가 내놓은 6조8000억원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억만장자
마켓워치는 "억만장자들이 공공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머스크의 기부금에 대한 불투명성은 엘리트 자선가들이 얼마나 쉽게 감시를 회피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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