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외면 의도 명백
정부, 대응TF 출범…"등재 추진 중단 엄중 촉구"
사도섬 홈페이지에는 강제노동 갱도 관광상품 버젓이 판매
↑ 사도섬 갱도 입구의 모습 / 사진 = 사도 관광 PHOTO |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공식 결정한 가운데, 일본의 사도섬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관광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사도섬 관광안내 사이트 '엔조이사도' 캡쳐 / 사진 = 사단법인 사도관광교류기구 홈페이지 |
1일 일본 사도섬 관광안내 사이트인 '엔조이사도' 홈페이지에서는 '아일랜드 미라지'라는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혼합현실(MR) 안경을 쓰고 갱도를 탐험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입니다. 요금은 성인 4100엔(우리 돈 약 4만 3천 원), 어린이 3200엔(우리 돈 약 3만 4천 원)으로 최대 10명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021년 7월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 사도섬 갱도 체험관광 프로그램 '아일랜드 미라지' 홍보 이미지 / 사진 = 사단법인 사도관광교류기구 홈페이지 |
일본 정부는 오늘(1일) 오전 열린 각의에서 2023년 세계유산 등록을 목표로 하는 일본 후보로 사도광산을 추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추천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사도섬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노역한 현장입니다. 당시 끌려간 조선인의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략 1200명이나 2천명 수준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관광안내 사이트에서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에도 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본격적으로 금은산 개발을 진행해 채굴된 금과 은을 에도막부의 재정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합니다.
↑ 인형으로 사도섬 갱도의 채굴장면을 재현한 모습 / 사진 = 사도 관광 PHOTO |
↑ 사도섬 모습 / 사진 = 사도 관광 PHOTO |
일본 측은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방침입니다. 한국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외면하려는 것입니다.
실제 일본은 앞서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군함도와 관련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시정 권고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애초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약속했으나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사도섬 갱도의 모습 / 사진 = 사도 관광 PHOTO |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의도 역시 마찬가지로 해석됩니다.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를 얻는 동시에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는 잊혀지도록 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강행 방침에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1일 마이니치신문은 '문화의 정치 이용을 위험스럽게 여긴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가까운 이웃 나라와 대결 자세를 연출하려는 생각으로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사망한 극우 일본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사 문제로 일본을 비판한 데 대해 "국내 인기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3류 정치가나 하는 수법"이라는 망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신문은 또 "세계유산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제도"라며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보수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추천 전에 한국 등 관련국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였다고 지적했습니다.
↑ 외교부 청사 / 사진 = 매일경제 |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민관합동 TF를 출범시켜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를 단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재청 등 주요 관련부처뿐 아니라 유네스코 관련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도 참여합니다.
앞서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유네스코를 무대로 전개될 전망입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