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자극 않기' 전략서 더 나아갈 수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유럽과 발트해 연안에 미군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3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발트해 연안과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수천 명의 미군과 군함, 항공기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날 국방위 고위 관계자들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전략 자산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근처로 이동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방안 중에는 동유럽에 1천 명에서 5천 명 규모의 군대를 배치하는 것이 포함됐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 규모를 10배가량 늘리는 방안도 언급됐습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나토(NATO) 동쪽 국가들 국경에 수천 명의 미군을 배치하는 건 푸틴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서방 군대가 러시아 국경을 압박하는 모양새기 때문입니다.
NYT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절제된 입장을 취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전환점"이라며 "행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사태 이후 국제적 분쟁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현재 '자극 않기 전략'(do-not-provoke strategy)을 취하고 있으나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떠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사관은 최소한의 필수 인력으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은 현재 미국인을 도울 능력이 제한됐다"며 러시아 여행금지령까지 발표했습니다. 여행금지령은 국무부의 여행경보 중 가장 강력한 단계입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의 병력 증강 자체를 위협으로 보고, 금융 제재 등을 먼저 시작해 러시아를 압박하자는 '강경 대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콜 의원은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줄곧 (적들에게) 미국의 약세가 표출되고 있다"며 "지금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당장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고, 그 영향은 전 세계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상원 군사위 소속 조니 에른스트 공화당 의원도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너무 유화정책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푸틴 대통령을 억누르지 못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매우 공격적이어야 한다. 어떤 형태든지 제재는 있어야 한다"라고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장하는 이른바 '안전 보장안'에 대한 답변에 미국이 러시아를 만족시킬 만한 내용을 담을 경우 사태는 완화 국면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