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빈 중국 시안 거리 [사진 = 연합뉴스] |
시안시 작가협회 주석인 우커징은 최근 시안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한 여성 2명을 칭송하는 글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올렸다. 우커징은 중국의 유력 문학상인 루쉰문학상 수상 경력의 중견 작가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이 글에 대한 논란이 들끊고 있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가 8일 보도했다.
칭찬 글 내용 중 시안의 한 호텔에 격리된 상황에서 방역 요원에게 울면서 생리대 공급을 요구한 여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커징은 "생리대가 있는지 없는지, 언제 필요한지 스스로 모르느냐. 긴박한 때 문 호텔 객실 문 앞에 생리대를 배달해주지 못했다고 해서 남을 탓할 일이냐"라고 질책한 후 "이건 당신의 잘못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투정을 부리거나 '아가씨 행세'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적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글을 읽은 누리꾼들의 비판 댓글로 넘쳐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완고하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서생 스타일이 글에 생생하게 보인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생리의 고통을 경험해 보지도 못했으면서 여성의 이미지를 깎아 내렸다" 등이 대다수다.
논란이 커지자 우커징은 지난 6일 글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지금 일선에서 고생하는 사람을 본받자는 취지로 글을 썼다고 해명했다.
한편, 도시가 봉쇄된 지 보름을 넘긴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는 방역당국의 초강력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안시 방역 당국은 지난달 22일 밤 1300만명의 전 주민에게 외출을 금지하는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내렸다. 같은 달 9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급속히 번지더니 10여일 만인 21일 52명까지 불어났고, 출혈열 환자까지 겹쳐 일어나던 무렵이었다.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시안의 전면 봉쇄 조치는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이틀에 한 번 가족 1명만 집 밖을 나갈 수 있을뿐 모든 외출이 금지된다고 시 당국은 발표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모든 주민에 대한 핵산 전수검사가 실시됐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별도의 격리시설에 수용됐다.
도시 주민을 가둬두는 강력한 통제가 보름째 이어지면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식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배고픔을 호소하는 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올라왔다.
주문을 해도 배달원들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어 음식이나 식재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빵 사진을 올리며 "먹을 것 때문에 걱정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이 빵을 먹으면 남은 빵이 겨우 하나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만두를 사러 나간 주민이 방역요원들에게 구타당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융통성 없는 통제로 인해 심장병 환자가 숨지고 산모가 병원 문 앞에서 유산하는 일도 벌어졌다.한 여성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협심증 증세를 일으킨 자신의 아버지가 병원들의 진료 거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랜서 기자 장쉐는 웨이보에 올린 '장안(안의 옛 명칭) 10일-나의 봉쇄 열흘 일기'를 통해 방역 당국의 조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시 봉쇄과 외출 금지 상황 속에 시민들이 겪는 고충과 재난
그러면서 "행정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정부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