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도 대책 마련
↑ 크리스마스 트리를 처음 본 소년. AFP통신 사진기자 호아오 파울루 기마라스가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
쓰레기장 한 가운데 선 소년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손에 들고 신기한 듯 요리조리 훑어보고 있습니다. 소년의 뒤로 보이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며 물건을 주워 담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AFP통신 사진기자 호아오 파울루 기마라스가 지난달 브라질에서 찍은 이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누리꾼을 울렸고, 끝내 브라질 정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사진 속 소년은 브라질 북동부 핀헤이로 마을에 사는 가브리엘 실바입니다. 올해 12살이 된 그는 진흙으로 지은 집에서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실바 가족은 사진에서 보이는 불법 쓰레기 매립장에서 재활용품 등을 수거해 내다 팔며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600헤알, 우리돈 약 12만원 정도입니다.
방과후 대부분의 시간을 쓰레기를 줍는 데 보내는 실바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본 건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트리를 보는 실바의 모습을 사진 기자가 포착해 자신의 SNS에 공유했습니다.
↑ 브라질 북동부 핀헤이로 마을에 사는 소년 가브리엘 실바(12). 크리스마스 트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모습. AFP통신 사진기자 호아오 파울루 기마라스가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 사진은 삽시간에 SNS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실바네 가족에게 옷과 식료품 등의 후원품이 쏟아졌습니다. 이 중에는 실바를 위한 진짜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12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데려가 노동을 시키는 것에 대해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바의 어머니인 마리아 프란시스카 실바(45)는 "거리에서 놀도록 방치한다면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들을 쓰레기장에 데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실바 가족은 후원금 중 500헤알로 수동식 펌프를 설치했습니다. 이제 양동이로 몇 번씩 물을 길어올릴 필요 없이 편하게 물을
브라질 정부도 위생 규정을 따르는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또 쓰레기를 수거하며 사는 빈민가 사람들에겐 매월 100헤알(약 2만원)의 생계지원비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마리아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걱정 없이 보낼 것 같다”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