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망언한 인도 의원, 여론 악화에 사과

의회서 성폭행 비유 발언…의장 등 폭소하기도
발언한 의원 “경솔한 발언 진심으로 사과”

↑ 인도 지방 의원 라메시 쿠마르/사진=연합뉴스

인도의 한 지방 중견 의원이 "피하기 어려운 성폭행은 즐겨라"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습니다.

17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주의회 의장 출신인 KR 라메시 쿠마르 하원의원은 전날주도 벵갈루루의 주의회에서 "성폭행 피해가 불가피할 때는 누워서 즐기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의회에서는 농업 이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주의회 의장이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내비치자 이를 성폭행 상황에 빗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며 이같은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에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의원은 폭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공개됐으며 현지 누리꾼과 여성 의원 등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네티즌들은 "당신의 딸과 어머니, 누이에게 똑같이 조언하라", "말한 사람이나 웃은 사람이나 모두 범죄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도국민회의 소속 여성 의원 루파칼라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비판했습니다. 의회 대변인인 란디프 수르예왈라도 "의장과 하원의원이 매우 불쾌한 농담을 주고 받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꼬집었습니다.

↑ 라메시 쿠마르 하원의원의 사과문 /사진=트위터

여론이 악화되자 쿠마르 하원의원은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는 "성폭행과 관련한 무심하고 부주의한 발언에 대해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악랄한 범죄를 경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쿠마르 하원의원의 부적절한 언행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에 대해 대응하면서 스스로를 성폭행 피해 생존자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