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의 엉뚱한 급습…나체로 수갑 찼던 집주인에 34억 원 배상

"16초 동안 알몸 상태로 경찰 13명 앞에 서 있었다"
해당 경찰관 일부 해고·정직…압수수색 내규 수정

↑ 영장을 잘못 발부받은 경찰의 엉뚱한 급습에 피해를 입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앤재닛 영 / 사진 = Dailymail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시카고 경찰이 죄 없는 엉뚱한 집을 급습해 집주인에게 굴욕감을 안겨 시 당국이 290만 달러(약 34억 원)를 배상하게 됐습니다.

현지 시간 13일 시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흑인 여성 앤재닛 영(51)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시카고시는 그에게 합의금 29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현재 시의회 승인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시카고 러시병원의 사회복지사인 영은 지난 2019년 2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경찰이 집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당시 경찰은 총기·마약 소지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경찰관 13명을 영의 아파트에 투입했습니다.

영은 "잘못 알고 온 것 같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영에게 수갑을 채웠습니다. 영은 경찰이 집안을 뒤지는 40여 분 동안 맨몸으로 가만히 서 있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영의 집에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압수수색 영장이 잘못된 주소지로 발부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은 "영은 최소 16초 동안 완전한 알몸 상태로 경찰 13명 앞에 서 있었다. 이후 경찰관 2명이 영의 몸에 재킷과 담요를 둘러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경찰이 영의 집에 급습했을 당시 현장 영상 일부 / 사진 = NBC Chicago 홈페이지 캡처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해당 사건 발생 뒤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미뤘습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내부 이메일을 통해 당시 사건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현장 동영상이 방송되는 것을 막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기도 했습니다.

시카고 경찰의 부당 행위를 조사하는 독립수사기관 COPA(Civilian Office of Police Accountability)는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경찰관 8명에 대해 해고 또는 정직 처분을 권고했습니다.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에 급습을 통솔한 경사를 해고해달라 요청했습니다. 또 시카고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압수수색 시행 때 경위 이상 간부급 1명과 여성 경찰관 1명이 반드시 동행하고 출동 경찰관 전원이 보디캠을 착용하도록 내규를 수정했습니다.

한편 영에 대한 배상금 합의안은 13일 시카고 시의회 재무위원회를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으며, 이번 주말쯤 본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