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영화 '최학신의 일가'의 미국인 선교사 캐릭터 / 사진 = 연합뉴스 |
영화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증오를 끓어오르게 하는 독한 악역들이 최근 북한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4일) 조선중앙TV는 미국인 선교사나 일제강점기 시절의 일본 순사, 농민을 수탈하는 지주 등 북한이 '계급적 원수'로 칭하는 인물을 도맡아 연기한 악역 전문 배우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방송은 이들을 '증오로 원수를 단죄한 영화인들'이라고 칭하며 "계급적 원수들에 대한 연기 형상을 인상 깊게 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고 추켜세웠습니다.
대표적인 배우로 북한 최초의 영화 '내 고향'을 연출한 감독이자 영화 '최학신의 일가'에서 미국인 선교사 '리처드'를 연기한 배우 강홍식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명작으로 꼽히는 '최학신의 일가'는 친미 교육을 받은 주인공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내용입니다.
방송은 강홍식이 연기한 리처드를 "겉으로는 자선과 박애, 인도주의를 표방하지만, 속으론 매우 음흉하고 교활한 양면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홍식이 감독임에도 리처드 역할을 자진해서 맡았다며 "그가 영화에서 부정 인물의 연기 형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강홍식이 '교활하고 표독스러운 미국 선교사' 역을 실감 나게 연기해 미국을 숭배하던 주인공의 몰락과 깨달음을 더욱 부각할 수 있었고, 관객들에게도 반미 감정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 북한 영화배우 방석운이 직접 쓴 수기의 일부 / 사진 = 연합뉴스 |
방송은 이어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애환도 전하며, 간첩 연기를 도맡아 한 배우 방석운의 자식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가 아버지의 연기를 부끄러워하며 자리를 피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방석운이 "나 하나의 부끄러움, 자식들의 부끄러움 때문에 훌륭한 영화에 나오지 못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계급의 칼날을 서슬푸르게 버려주는 숫돌이 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쓴 수기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영화 '흥부전'에서 놀부 역할을 한 데 이어 영화 '내 고향'에서 농민을 수탈하는 악독한 지주를 연기한 태을민 등 40여 년간 주로 악역만 맡은 리원균 등을 대표적인 배우로 언급했습니다.
방송은 이들에 대해 "자다가도 소스라칠 만큼 적의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하나의 이름들"이라며 "사랑의 씨앗만이 아니라 증오, 복수, 신념의 씨앗을 심으라고 후대들에 외치고 싶었던 배우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북한 영화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놀부 / 사진 = 연합뉴스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