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공화당 대선 후보. [로이터 = 연합뉴스] |
대선 1차 투표 결과 공화당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55)가 2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5)가 득표율 26%로 차지했다. 누구도 과반을 얻진 못함에 따라 다음달 19일 두 후보는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WSJ는 이날 우파 성향에 가까운 후보들이 선전한 점에 주목했다. 카스트의 1위는 선거 전 여론조사와 대체로 일치하지만, 3위 이하 후보 중에도 보다 오른쪽에 가까운 후보들이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랑코 파리시가 12.80%를 득표하며 깜짝 3위에 올랐다.
이날 대선 투표와 치러진 총선에서도 우파 정치인들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원 의석의 절반을 차지했다. 뉴욕대의 칠레 정치학자 파트리시오 나비아는 "칠레 국민들은 시장친화적인 모델이 해체돼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단지 더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원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우파 성향 정치인들이 선전하면서 칠레 금융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신흥국 통화 중 하나인 칠레의 페소화 가치는 선거 다음 날인 22일 달러 대비 2% 상승했다. 한때 3.5%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연초 대비 12% 하락한 상태다. 증권 시장도 폭등했다. 이날 칠레 산티아고 증권거래소 지수는 10% 이상 상승했다. 좌파 정권 교체로 시장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칠레 금융시장은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갔는데 전날의 대선 결과로 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해소된 영향이다.
앞서 칠레에서는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촉발된 사회 불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회의 여론이 높아지면서 좌파 정권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80% 가까운 국민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 시절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제정된 현행 헌법의 폐기를 택했고, 올해 제헌의
RBC 캐피털마켓의 대니얼 리코 연구원은 "전날 대선 결과에서 분명해진 것은 칠레가 좌파로의 급격한 전환을 거부했다는 것"이라며 누가 최종 당선되든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책에서 합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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