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X 암살 사건' 83세 노인, 55년 만에 누명 벗었다

1965년 뉴욕 할렘에서 벌어진 맬컴X 암살 사건
맨해튼 지검 조사 결과, FBI와 뉴욕 경찰이 용의자들 무죄 증거 숨겼던 사실 확인

↑ 맬컴X 암살 사건 범인으로 누명을 쓴 무하마드 아지즈 / 사진 = 연합뉴스

1965년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운동 지도자 맬컴X 암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83세 노인이 55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검의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이 맬컴X 암살 사건 재조사 결과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무하마드 아지즈와 칼릴 이슬람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밴스 지검장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아지즈와 이슬람을 포함한 이들의 가족에게 "법 집행기관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맬컴X 암살 사건은 1965년 뉴욕 할렘에서 발생했습니다. 맬컴은 노예제 시절 백인들이 흑인 노예에게 지어준 이름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성을 '리틀'에서 'X'로 바꾸고 활동한 흑인운동 지도자입니다.

이슬람 네이션이라는 흑인 종교단체를 기반으로 급진적인 백인 배척론을 펼친 그는 이스람 네이션과 결별한 직후 할렘의 연설장에서 3명의 괴한에게 총을 맞아 사망했습니다.

당시 수사기관은 맬컴X와 관계가 틀어진 이슬람 네이션 회원이었던 무자히드 압둘 하림, 무하마드 아지즈, 칼릴 이스람 등 3명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현장에서 총상을 입은 할림을 제외하고 아지즈와 이슬람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았고, 알리바이까지 제시했지만 재판에선 무시됐습니다.

범행을 인정한 하림은 증언대에 서서 아지즈와 이슬람은 무고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듬해인 1966년 재판에서 이들에게 모두 종신형이 선고됐습니다.

당시 수사 상황을 맨해튼 지검이 다시 살펴본 결과 연방수사국(FBI)과 뉴욕 경찰이 아지즈와 이슬람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숨겼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NYT는 만약 배심원단이 증거를 봤더라면 무죄가 선고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5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이들은 각각 20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한 뒤 석방됐습니다. 아지즈는 1985년에 석방돼 현재 83세의 나이가 됐고, 이슬람은 1987년 풀려났지만 2009년 사망했습니다.

맨해튼 지검은 아지즈와 이슬람이 진범이 아니었다면 누가 맬컴X 암살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NYT는 이슬람 네이션 소속으로 지난 2018년 사망한 윌리엄 브래들리가 증인들이 밝힌 범인의 인상과 일치한다고 전했습니다.

맨해튼 지검이 맬컴X 암살 사건을 재수사한 것은 지난해 넷플릭스가 해당 사건을 다루며 두 사람의 무죄를 주장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