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력과 관련,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은 자국 내 의료 종사자들을 추적 관찰해 놀랄 만한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끈다.
11일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말라 마이니 교수팀이 진행한 것인데,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런던 지역 병원에서 일한 의료 종사자들을 추적해 관찰한 결과, 일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PCR(유전자증폭)과 항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약 60명의 혈액을 검사해 같은 기간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의료 종사자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몇몇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혈액 속에서는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지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기억 T세포'(memory T cell) 양이 증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증상을 경험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T세포를 갖는 경향이 있는데, 감염 이력이 없는 경우에도 T세포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토대로 연구팀은 원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T세포는 일종의 면역 세포로, 바이러스 감염 후 수년 동안 혈액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면역 체계의 '장기 기억'에 기여한다. 또, 오래된 병원체에게 노출됐을 때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반응한다.
연구팀은 관찰 대상 몇몇에서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기 전에 면역체계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불발 감염'(abortive infection)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세포가 감염 초기 매우 빠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했
다만,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만큼) 이들의 과거 코로나19 감염력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T세포가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며 연구의 한계점도 함께 언급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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