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거래일 보다 4.92% 떨어진 116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주식 매도 여부를 설문에 부친 결과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이다.
머스크는 앞서 6일 트위터 팔로워를 상대로 '테슬라 주식 10% 매도'여부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들어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설문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동안 진행된 설문에서 총 351만9252명이 참여해 57.9%가 찬성, 42.1%가 반대 뜻을 표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 개장 전인 프리마켓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7.5% 급락했고, 한때 1133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머스크의 트윗은 이날 펩시콜라가 테슬라의 차세대 트럭인 '세미'를 곧 인도 받을 것이라는 호재마저 덮어버렸다. 펩시콜라를 서비스하는 펩시코의 라몬 라구아르타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전기 트럭 공급 파트너로 테슬라를 선택했다"며 "테슬라에서 전기트럭을 이미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4분기에 첫 배송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펩시코가 '세미'를 100대 구매하겠다는 소식은 4년 전 있었지만, 당초 시장에서는 2022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펩시코가 배송 날짜를 못 박은 것은 테슬라가 트럭을 조기에 런칭하겠다는 호재였던 셈이다.
이러한 소식에도 시장이 테슬라 주가의 하락에 베팅한 까닭은 일론 머스크의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2년 주당 6.24달러에 총 2300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 받았다. 만기가 내년 8월로 10% 매도시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현금을 거머쥐지만 총 54.1%에 달하는 연방소득세와 주정부 소득세를 납부해야한다. 세금만 1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총 1억705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앞서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비치기도 했다. 그는 "테슬라 주식을 블록 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도 했고 "한계 세율이 50%를 넘어 곧 매각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 매도를 기정사실화하는 까닭은 그가 발언을 지키지 않을 경우 허위진술에 해당해 손해 배상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제임스 콕스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만약 일반 주주들이 트윗을 보고 주식을 팔았고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증권법에서 자칫 오도된 허위 진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앞서 2018년
웨드부시의 다니엘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주식을 팔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면서도 "하지만 트윗 설문을 통해 10%를 매각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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