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 이후 여성 운동가 피살된 채 발견…"총상 심각했어"

탈레반 재집권 이후 첫 피살 사건으로 알려져
가족, 직접적으로 탈레반 지목 못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해왔던 20대 여성 운동가가 얼굴을 포함하여 온몸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여성 활동가가 피살된 것은 8월 15일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처음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여성 활동가 프로잔 사피(29)의 시신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프로잔은 그간 아프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각종 활동을 하며 애썼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들은 거리 시위를 열고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그제(4일) 탈레반 대원들은 이 지역 주택에서 남성과 여성 각 두 명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사피의 시신을 영안실로 가져왔습니다.

프로잔의 자매는 "머리, 심장, 가슴, 다리 등 온몸에 셀 수 없이 많은 총상이 있었다"며 "얼굴도 총을 맞아 알아볼 수 없게 망가졌지만, 옷으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여성 거리 시위 주최자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가장 최근의 시위에 프로잔이 나와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내 왓츠앱 메신저가 해킹당했다. 이제는 SNS에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가족은 프로잔이 지난달 탈레반이 자신의 활동에 대한 증거를 수집 중이라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간단한 짐만 챙겨 집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는 독일로 망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프로잔의 가족은 탈레반을 직접적으로 살인범으로 지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자매는 "우리는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고, 아버지는 "딸의 시신이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돼 병원에 신원불명자로 등록됐다"고 말했습니다.

발흐주의 탈레반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개인적인 불화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NS에는 프로잔이 '다른 여성 활동가들과 함께 탈레반이 납치된 뒤 시신으로 돌아왔다', '탈레반이 프로잔 등 여성 활동가 여러 명을 살해했다'는 게시물이 떠돌고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편 탈레반 지도부 측은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도 같이 일하자'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국에서는 여성 앵커와 기자들이 쫓겨났고, 시청 등 지자체 공무원은 전원 남성으로 교체됐습니다.

또한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고, 수도 카불 시내 광고판의 여성 얼굴은 검은 페인트로 덧칠되었습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탈레반이 34개주 가운데 단 3개주에서만 구호단체 여직원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등 여성 활동가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