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와 공존을 선택하며 지난 여름 방학 이후 9월부터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한 마스크로 아이들이 서로의 감정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워지면서 인지능력 발달 등에 문제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마스크로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교육과정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학력 격차 심화를 더 염려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착용시켜야 할까'라는 화제를 던지며 싱가포르에 사는 3살 에샨 에반스와 그의 어머니 에르네의 이야기를 다뤘다.
에샨의 어머니 에르네는 BBC와 인터뷰에서 "취학 전 학교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이 시작되자 아이의 변화가 시작됐다"며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에르네는 "아들이 마스크를 싫어해 학교 밖에서는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르네 따르면 에샨은 또래들처럼 활기찬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후 훨씬 길들여진 듯한 느낌에 차분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BBC에 전했다.
싱가포르는 법적으로 6세 이상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있지만 취학 전 학교에서도 어린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많은 부모들과 보건 관련 관계자들은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울 것인가'를 놓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과 아이들의 교육을 놓고 무엇인 먼저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유럽 소아과 학회장인 아다모스 하지파나이스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정리된 어린이들의 마스크 착용 연령은 없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싱가포르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라 6세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WHO는 지역 내에서 감염이 폭넓게 확산되는 등과 같은 특정한 상황이 나타나면 6세 이상부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WHO의 이런 지침을 따르되 학교 같은 실내 환경에서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세 이상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 그 아래 연령은 질식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는다.
BBC는 코로나19 감염이 아이들에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과 마스크 착용에 따른 예방 효과가 크다는 점을 대조해 보도했다.
BBC는 "올해 7월 영국에서 발표한 아이들 대상 대규모 연구에서는 중증 감염은 감염자 5만명 중 약 1명꼴이었고 사망은 100만명 중 2명이었다"며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소개했다. 12세 이하 아이들은 코로나19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다는 결과다.
이와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사례를 들어 마스크 착용에 따른 효과도 곁들였다.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기승을 부리던 3~6월 7000명 이상 어린이와 교직원이 등교 수업을 했음에도 감염 사례는 363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곳 주에서는 6세 이상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소아과 교수인 안나벨 드 세인트 박사는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추가 보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무리 보완책을 쓴다 해도 마스크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바꿀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로 감성 등 인지능력 발달 문제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발달심리학자인 강 리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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