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사용도 위험 감수해야…1개당 100~150명 이용
↑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 정착촌 인근 콕스바자르 사이먼 호텔에서 개최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소녀 및 여성 생리보건 증진사업’의 착수식 / 사진 = 코이카 제공 |
열악한 환경과 잘못된 보건 지식으로 건강권을 위협받는 로힝야 난민촌 여성들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가 인권 증진 사업에 나섭니다.
현지시각 31일 코이카는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 정착촌 인근 콕스바자르 사이먼 호텔에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소녀 및 여성 생리보건 증진사업'의 착수식을 개최했습니다.
생리보건이란 여성의 월경 주기와 관련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건전한 상태를 뜻합니다. 위생이나 안전, 개인의 프라이버시, 신체나 정서 발달 등과 관계가 깊어 최근에는 공공 보건의 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 도영아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우키하 읍 난민캠프 내 여성친화센터를 방문해 여성들과 상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코이카 제공 |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모두 300만 달러를 투입해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정착촌 8개 캠프와 인근 지역 4개 마을(호스트 커뮤니티)에서 생리관련 보건 교육과 성평등 인식 제고 캠페인 등을 실시합니다.
2017년부터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 지역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 수는 약 1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가운데 절반을 넘는 여성과 아이들은 캠프 내 성범죄나 납치 등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로힝야 난민 사회에는 여성들이 생리 주기에는 외출을 삼가거나 생리대를 밤에만 교체해야 한다는 등 사회·문화적 낙인과 미신, 잘못된 보건 지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공용 화장실은 1개당 약 100~150명 정도가 함께 사용하며 잠금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로힝야 여성 난민의 86%가 화장실 가기를 꺼리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요로감염증 등 각종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코이카는 사업 지역 내 10~19세 여성 청소년이나 20~49세 여성 양육자를 대상으로 올바른 생리대 사용과 처리 방법, 생리 기간 중 신체 변화와 건강관리 등 생리와 관련한 보건 지식을 교육합니다. 속옷이나 비누, 생리대 등 개인위생 관리를 위한 필수품이 담긴 생리보건 관리 키트도 제공합니다. 남성을 포함한 지역주민 전체에게 성평등과 생리보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할 계획입니다.
↑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우키하 읍 난민캠프 내 여성친화센터에서 여성 청소년 양육 교육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코이카 제공 |
도영아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생리에 대한 문화적 규범과 종교적 금기는 관습적 수치심과 결부되어 악화되기 쉽다"며 "코이카는 여성과 소녀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세상을 지향한다"고
에이코 나리타 UNFPA 방글라데시 사무소 부소장은 "생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나, 난민캠프에서는 여성과 소녀들이 잠재력을 펼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해왔다"며 "UNFPA는 코이카와 함께 생리와 관련된 편견과 싸우고 소녀들이 꿈을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