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반대한 피해아동 가족…가톨릭교 영향 추정
의붓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한 11살 소녀의 가족이 딸의 낙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EFE 등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볼리비아의 야파카니 마을에서 계부의 아버지, 즉 의붓할아버지에게 5개월 전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 가족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지오바니 카베요가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EFE |
해당 아이는 15살 언니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의붓할아버지 밑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범행이 벌어졌고 이 아동은 벌써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같은 끔찍한 사연은 아이가 사촌 중 한 명에게 '배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느꼈다'고 털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아이의 가족은 처음에는 낙태를 허락했으나, 돌연 임신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통보했습니다.
피해 아동이 강력하게 출산을 거부하며 "학업을 이어나가며 내 삶을 되찾고 싶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아이의 낙태를 막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은 가족의 입장 변화가 볼리비아 가톨릭 교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생명윤리에 관해 강한 보수성을 띠는 교회입니다. 따라서 교리상 낙태를 철저히 반대하며 성폭력 피해자와 태어날 아이 모두를 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입장입니다.
↑ 볼리비아의 야파카니(Yapacaní) 마을./ 사진=구글 지도 캡쳐 |
결국 피해 아동은 가족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임신을 지속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피해 아동이 다니는 병원 측은 소녀가 임신과 출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치료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촌은 "아이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에두아르도 델 카스틸로 볼리비아 내무부 장관은 “피해 아동이 임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매일 강간으로 인해 낳은 아이를 봐야 하는 11세 소녀를 상상해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으며, 11세 소녀의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 아동단체 측도 “피해 아동은 스스로 ‘아기’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면서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단체에 비판을 쏟아내기도
피해 아동과 가족의 변호사는 “2020년 볼리비아에서 18세 미만 어린이의 임신은 3만 9999건, 하루 평균 109명의 소녀가 임신했다”면서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여전히 볼리비아를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11세 의붓 손녀를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61세 남성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