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버튼 못 눌러 1조 원 군함 홀랑 태운 美 해군…'총체적 대응 실패'

화재 10분 지나서야 경고 벨…소방장비 87% 불량·정비 보고서 조작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해군 강습 상륙함 '본험 리처드' 화재 사건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제(20일) 현지시간 발표된 해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월 발생한 4만t급 강습 상륙함 '본험 리처드' 화재 사건은 4성 장군부터 말단 수병까지 총체적 화재 대응 실패로 발생한 인재였습니다.

미 해군은 '본험 리처드' 화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소방 훈련과 장비 점검, 지휘·통제 등의 대응 실패로 1조 원대에 달하는 군함을 태워버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험 리처드함은 닷새간 불길에 휩싸이며 섭씨 649도를 넘는 화염에 군함 일부가 녹아내렸고, 아예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해군은 수사 결과, 20세 수병 라이언 소여 메이스가 군함에 불을 질렀다며 방화 혐의 등으로 기소한 상황입니다.

해군은 보고서에서 본험 리처드함 화재는 "방화로 시작됐지만, 화재 진압 능력이 없어 군함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본험 리처드함은 화재 당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에서 정비 중이었습니다.

소방 장비 87%는 문제가 있거나 점검도 받지 않았고, 정비 보고서는 허위로 작성했습니다.

초동 대응 실패는 화를 더욱 키웠습니다. 수병들은 불길을 발견하고도 10분이 지나서야 화재 경고 벨을 울렸습니다.

화재가 퍼지는 것을 늦출 수 있는 소화약제(firefighting foam) 분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으나 누구도 가동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해군은 3성 장군과 함정 지휘관부터 수병과 민간인까지 모두 36명이 화재 대응 실패에 책임이 있다며 징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준비태세소위 위원장인 존 개러멘디 의원은 "본험 리처드함 손실이라는 재앙은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며 "충격과 분노로 보고서를 읽었고 해군의 광범위한 과실을 밝혀내기 위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험 리처드함은 키리졸브(KR), 쌍용훈련 등 다수의 한미연합 훈련에서 상륙군 기함으로 활약해 한국군에도 친숙한 미 군함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탐색구조 활동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