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 참가자는 근로자일까…프랑스 페미니즘 단체가 날린 고소장

키, 혼인 유무 등 차별적 기준 지적
'미스 프랑스' 고용관계 인정 판례 근거로 삼아

↑ '미스프랑스' 대회 모습/사진=데일리메일

100년간의 역사를 이어오던 프랑스 전국 미인대회 '미스 프랑스'가 한 페미니스트 단체로부터 고소장을 건네받았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AFP통신은 현지 페미니스트 단체 '오지 르 페미니즘'이 '미스 프랑스'가 참가자 선별 과정에서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파리 근교 보비니 노동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페미니스트 단체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탈락자 3명과 함께 소송에 나섰고 "이제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특히 키 170cm 이상, 18~24세 사이 미혼 여성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년 12월 개최되는 '미스 프랑스'는 1920년 첫 개최 이후 지금까지 100년 간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혼자와 이혼자는 대회 참여가 불가하고, 동성결혼 이력이나 출산 경험도 없어야 합니다. 성형수술 경험이 있거나 피어싱이나 문신이 있는 사람, 정치적 혹은 종교적 선전에 관여한 사람도 참여가 제한됩니다.

'오지 르 페미니즘' 측은 "프랑스 노동법은 정조 관념이나 나이, 가족 관계, 임신, 유전적 특성, 정치적 견해, 신체적 외모와 관련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며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의무화함으로써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제적 목적으로 여성성을 착취함과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해 사회 전체에 부정적이고 역행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FP통신은 법원이 '미스 프랑스' 주최사와 참가자 간의 고용관계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이번 소송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스 프랑스'의 상표권은 '엔데몰 샤인 프랑스'라는 프로덕션의 자회사 '미스 프랑스 SAS'가 가지고 있으며, 주관 방송사는 현지 최대 민영 방송사 TF1입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경우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단체가 주장한 '근로자 차별'에 대한 근거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오지 르 페미니즘' 측은 미남대회 '미스터 프랑스'의 선례를 들며 승소를 예견했습니다.

지난 2013년, 프랑스 최고법원 파기원(Cour de Cassation)은 '미스터 프랑스 2003' 참가자와 주최사의 고용관계를 인정해 근로에 대한 보상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대회 주최사가 참가자에게 ‘참가 규정’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종속성을 부여했고 이는 고용계약의 결정적 증거"라고 판시했습니다.


참가 동의서가 사실상 고용계약서로 인정되며, 대회기간 동안 참가자는 주최사에 종속된 상태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화를 생산하는데 기여했으므로 고용관계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입니다.

페미니스트 단체는 이렇게 주최사와 참가자 간의 고용관계를 인정한 판례가 있는 만큼, 이번 법적공방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