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실장 회담 "美, 대북 적대시정책 없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나서 "종전선언에 대해서 우리 측 구상을 미측에 설명했고, 양측은 긴밀히 논의해나가기로 했다"며 "무엇보다 미국 정부 역시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해 커다란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훈 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한미 안보실장 협의결과를 이같이 전달했다.
서 실장은 "한미는 북한이 남북·북미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국면 돌파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전선언은 기본적으로 비핵화 과정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번 안보실장 협의에서 미측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미측 진정성을 재확인했고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북한과 만나서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미는 구체적인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서훈 실장의 방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 복원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세지 정치' 상황에서 성사돼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응답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이번 양국 안보실장협의 내용을 자료를 내고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의 긴장 고조행위 자제 필요성을 강력히 언급했고,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서훈 실장의 방미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하는 가운데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아직 어떤 예단도 하기에는 이르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이벤트로 할 생각이 없고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정상회담을 한다면 실효성있는 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럴 때 정상회담이 논의될 수 있고 성사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에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상황을 안정화해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느냐가 목표"라며 "무리할 생각도 없고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