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 규제 당국이 온라인 대출을 진행하는 민간 소유 은행에 이례적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이 헝다 디폴트 위기 이후 민간 소유 은행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충칭 푸민은행에 850만 위안(15억788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당국은 이번 벌금이 민간 소유 은행에 부과된 벌금 중 최대 액수라고 설명했다.
푸민은행은 온라인 대출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등 국가 은행법과 규정을 17건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성명에 따르면 일부 핵심 리스크 관리 업무를 협력사에 불법 아웃소싱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래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한 혐의도 있다.
위원회는 은행 뿐 아니라 개인에도 벌금을 매겼다. 책임자인 장궈샹 은행장, 추룽춘 총재, 종즈밍 부주석은 각각 20만~50만 위안(3700만~9200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지난달 17일에는 랴오닝 뉴업은행에 140만 위안(약 2억6000만원), 열흘 앞선 7일에는 상하이 화뤠이은행에 520만 위안(약 9억6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랴오닝 은행은 주요 특수 관계자 거래를 부적절하게 관리했다는 혐의, 개인 대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혐의다. 규제당국은 상하이 화뤠이은행에 대해서는 부당한 정보공개와 부동산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불법 대출을 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차이신은 잇따른 민간 은행 벌금 부과에 대해 "중국이 민간 소유 은행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인터넷 시대에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대출 기관을 마련하겠다며 민간 은행을 허용했다. 6월 말 기준 정부 허가를 받은 민간 소유 은행은 19개다.
민간 소유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테크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의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도 이들 은행을 소유하
차이신은 "많은 민간 소유 은행이 인터넷 플랫폼과 함께 온라인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전체 대출 과정 자체를 플랫폼에 맡겨 신용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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