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접촉했다"는 미국…프랑스 "아무 안내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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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사진 = 로이터 |
미국이 영국·호주와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출범 사실을 알리며 호주의 핵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호주는 프랑스 업체에 잠수함 12척을 구매하기로 한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프랑스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분노하는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현지 시간 1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미·호주 외교·국방 장관 2+2회담(AUSMIN) 직후 공동회견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환영한다"며 프랑스에 관해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프랑스와의 관계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2016년 호주는 프랑스 나발 그룹에 디젤 잠수함 12척을 공급받기로 계약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560억 유로(약 77조 원)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주 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프랑스에 이 계약이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합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결정에 관해 "일방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할 만한 결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호주의 계약 파기에는 "등에 칼을 꽂는 짓이다. 호주와 쌓아온 신뢰가 부서지고 말았다"고 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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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 / 사진 = 로이터 |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커스 출범을 알리는 회견에서 유럽 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함을 말하며 프랑스를 두 차례 언급했습니다.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원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오커스와 프랑스 관련 질문에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반응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의회에서 프랑스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존슨 총리는 "프랑스와의 관계, 프랑스와의 군사 관계는 매우 확고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그가 어떤 논쟁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6일 공동회견에서 호주와 새 협력체 논의를 위해 지난 48시간 동안 프랑스와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오커스 발표 전 프랑스 지도자들과 미리 연락했다며 "그들은 오커스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다. 우리는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가 사전 협의 과정에서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오커스 출범을 강행했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오커스도 쿼드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동맹인 만큼 프랑스 반발을 뒤로하고서라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짐작됩니다.
그러나 프랑스 르몽드지는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사전에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랑스 공무원은 "프랑스 공무원들이 오커스 협정에 관한 언론 보도를 보고 미국 측에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 그들은 우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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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해군 잠수함 앞에 함께 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 / 사진 = 르몽드 홈페이지 캡처 |
블링컨 장관은 16일 회견에서 미·호주 관계는 "흔들림 없는 단단한 동맹"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국이 호주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온 사실에 관해 미국이 우려를 표해왔다"며 "중국의 압박에 맞서 호주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은 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 행보에 관해 호주 측과 의견을 나눴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호주에 군사적으로 더 많이 관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처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과 협력할 건설적인 분야가 있으며, 호주는 계속 대화 실마리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오커스가 중국을 겨냥한 동맹이 아니라고 재차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냉전고조는 물론 갈등을 추구하지도 않는다며 "어제 오커스 발표는 한 국가에 관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인 이해 증진"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통령이 어제 언급했듯 우리에게는 인도·태평양에서 이룰 다양한 공통 우선순위가 있다. 이는 분명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지역적 분열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
블링컨 장관도 "우리의 대서양·태평양 파트너들 이익을 분리하는 '지역 나누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와 협력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희승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29may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