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시아인 폭행, 전년 대비 73.4% 증가
↑ (왼쪽부터)뉴욕의 한 고속도로에서 아시아계 남성이 무차별한 폭행을 당했다, 추돌 사고 후 앞 차와 번호판이 다른 차 한 대가 함께 멈춰섰다 / 사진=abc7 |
미국 뉴욕의 한 고속도로에서 아시아계 남성 운전자 한 명이 인종차별적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6일(현지 시각) 외신은 지난 13일 뉴욕 브롱크스 고속도로에서 증오범죄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아시아계 남성 A (28)씨는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A 씨는 추돌 사고 직후 앞차가 멈췄고, 이후 번호판이 없는 다른 차 한 대도 멈춰 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 씨는 “두 대의 차량에서 우르르 내린 사람들이 내 차를 에워쌌다. 그중 한 명이 나를 폭행했다”며 “마치 격투 스포츠라도 하듯 나를 두들겨 팼다. 일행 10여 명은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를 빙 둘러싼 채 폭행을 구경했다”고 밝혔습니다.
↑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차량 유리를 주먹으로 깨부수는 장면 / 영상=abc7 |
가해자는 주먹으로 운전석 창문을 가격해 유리를 산산조각 낸 뒤 창문을 뜯어내 피해자 얼굴을 폭행했습니다. 이어 신발로 머리를 짓누르고, 발길질을 하며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911에 신고하는 7분 동안 피할 곳 없이 가해자 무리에 둘러싸여 맞고 또 맞았습니다. 얼굴과 가슴, 엉덩이 등 몸 구석구석 심한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A 씨는 “증오가 없다면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종차별적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가해자는 A 씨를 향해 “중국X, 죽여버리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A 씨는 “나는 이민 1세대도 아니다. 하지만 이민 2세, 3세로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도 여전히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보도 이후 뉴욕을 지역구로 하는 대만계 미국인 민주당 소속 그레이스 멩 미 연방하원의원은 “피해자는 정말 죽을 뻔했다”며 “경찰은 현장에 도착한 후 무엇을 했나. 가해자 지문 혹은 샘플을 채취했는가. 이번 사건이 진지하게 조사되고 있기를 바란다”며 경찰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연례 증오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증오범죄 수는 12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미 전역에서 7759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증오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범죄는 ‘인종’ 혹은 ‘민족 혐오’ 관련 범죄입니다. 아시아계 인종을 공격한 사건은 2019년 158건에서 2020년 274건으로 73.4% 급증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이 지목되자 아시아계 전반에 대한 불신 및 공격성이 높아진 것으로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해당 보고에 대해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도 뚜렷하게 늘었다”며 “지난해 증오범죄 통계는 포괄적인 대응이 긴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범죄는 포함되지 않아 더 많은 증오범죄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