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현장 우 펜타곤 테러 현장 수색 후 순직한 웨슬리 유. / 사진 = 연합뉴스 , 미국 FBI 홈페이지 |
미국에서 9·11 테러가 벌어진 이후 현장 조사에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대거 투입되었으며, 이 중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요원들은, 수색 끝에 항공기 블랙박스와 최소 2명의 납치범 신분증을 찾아내는 등의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다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임무를 이어나갔지만, 이로 인해 지병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11일), 폭스5 등에 따르면 전직 FBI 특수요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로런 슐러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아 투병해왔으며, 그는 펜타곤 테러 직후 현장에서 잔해 속을 뒤지며 증거를 찾는 작업을 맡았었습니다.
초기 현장 지원 상황에서 요원들은 처음 며칠간 티셔츠에다가 병원용 안면 마스크나 고무장갑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일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심지어 기본 물자가 워낙 부족해서 당시 라텍스 장갑이나 세면도구 등을 기부하려고 나선 바 있었습니다.
슐러는 당시 요원들이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라면서 "모두 속으로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슐러는 기체 앞부분 인근 지역에서 일했는데 주변 땅이 액체로 덮인 상황이었다고 전했고, "물 사이를 첨벙거리며 지나다녔는데 내 피부와 신발 안으로 다 들어왔다"며 "제트연료, 비행기에서 나온 화학물질, 빌딩에서 나온 석면과 먼지, 사망자 유해 등 이 모든 것들이 내 피부에 닿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때 피부에 닿은 액체가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실제 제트연료 내 벤젠 물질은 혈액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15년이 지난 뒤 건강검진 결과 슐러 몸에서는 췌장염과 신부전이 발견됐습니다.
또 그는 다발골수종도 진단받았습니다.
직접 검색해보니 테러 초기 대응팀 요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와 비슷한 일을 하던 동료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행히 슐러는 수년간의 투석, 화학요법과 신장 이식 끝에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동료들을 비롯한 초기 대응팀 요원들을 기리기 위해 자선 운동에 나설 예정인 슐러는 "이들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테러 현장을 수색하다 순직한 이들 중에는 한국계 특수요원 웨슬리 유 씨도 있었습니다.
그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부터 FBI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고, 테러 이후 유 씨는 당시 펜타곤 주차장 내 잔해 현장에서 기밀 자료 및 증거, 유해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또한 창고 시설에서 기밀 물품이나 가능성 있는 증거, 위험 물질 등을 수집했고 당시 유씨는 자욱한 매연과 먼지, 항공기 연료에서 나오는 연기 등을 뒤집어쓰고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2005년 3월에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고, 201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는 당시 현장에서 유씨가 일했던 시설이 그의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한편, FBI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9·11 테러 현장을 수습하다가 유독가스 등에 노출돼 순직한 이들은 현재까지 총 17명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