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부진에도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이 11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1월 테이퍼링 시작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발표된 8월 고용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연내 테이퍼링이 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은 연내 테이퍼링 돌입이라는 계획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WSJ은 델타 변이 영향으로 고용회복세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연준은 테이퍼링 시간표를 늦출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준이 이렇게 예정대로 연내 시작을 고수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를 기점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점은 연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의 전제조건으로 '고용지표의 상당한 추가 진전'을 조건으로 내세웠던 만큼, 9월·10월 고용지표는 여전히 중요하다.
델타 변이가 피크를 지난 것으로 나타나며 경기회복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고용시장은 8월에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다각도로 검토해온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매달 100억달러씩 채권 매입을 줄이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연준은 현재 매달 1200억달러 규모 채권(800억달러 국채, 4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당초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 8개월에 테이퍼링을 완료하는 안이 거론됐지만 100억달러씩 줄여 약 1년간에 걸쳐 테이퍼링을 하는 안이 더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대신, '가늘고 길게' 채권 매입을 줄여나가는 안이 유력해진 것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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