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남은 미국인 100~200명 추정
↑ 아프간 카불 공항을 떠나는 미 항공기/사진=악시오스 |
아프가니스탄을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미국인·현지인들이 두려움에 떨며 배신감까지 토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테러 위험 등을 이유로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지난 30일 아프간 철수를 완료함에 따라 아프간을 미처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 당국은 아직 아프간 현지에 남은 미국 시민권자를 100~200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외신은 아프간전 때 미국 측에 협조해 대피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 현지인들도 수천 명에 달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14년간 아프간에서 통역사로 일한 사라라는 이름의 한 미국인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떠난 사실을 안 뒤 잠시 할 말을 잊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재 대피 대상자 37명과 함께 집에서 머물고 있는 그는 미 국무부의 지시에 따라 카불 공항으로 향했지만 결국 공항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며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를 누구에게 남겨뒀느냐. 항상 우리를 죽이기를 원한 사람들에게?"라고 호소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영주권자인 29살 아프간인 마이크도 가족 9명과 함께 카불 공항에 진입하려고 36시간동안 씨름했지만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떠나는 것을 허망하게 지켜만 봐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현재 돈과 희망이 거의 바닥난 채 카불 외곽의 한 호텔에서 머무는 중입니다.
↑ 미군 철수 후 공항 주변을 순찰하는 탈레반/사진=가디언 |
마이크 가족을 도왔던 미국의 한 전직 군인은 아프간에서 탈출한 이들을 축하해주는 것도 맞지만 아직 임무가 절반 남았다며 "우리는 이들을 데려올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 통역사로 일한 존이라는 아프간인도 아내와 1살 짜리 아이와 함께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받고 공항으로 향했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존은 탈레반이 집에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나는 하루 24시간을 안에서 지낸다. 매우 힘들다"며 미국이 자신을 대피시킬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한 여성은 "많은 아프간인이 배신감을 느낀다. 카불에는 분노와 실망이 있고, 나는 산산조각이 났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대피 종료 직전에는 영주권자가 아니라 미국 여권 소지자만 공항 안으로 들여보냈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마감 시한은 없다"며 남은 미국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레반도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이 문제없이 준수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