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통치 속 동성애자 삶 보여주는 사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변화를 예고하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한 동성애자가 이들로부터 강간과 구타를 당한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31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동성애자 남성 A 씨가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전사 2명에 납치돼 강간 및 구타를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터키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아르테미스 아크바리에 따르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A 씨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은신처에 몸을 숨긴 채 안전한 상황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때 남성 두 명이 A 씨에게 탈출을 도와주겠다며 다가왔고, A 씨는 이들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탈레반 소속이었고, 동성애자인 A 씨를 상대로 폭력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아크바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는 미군이 떠난 탈레반 통치 하의 아프간에서 동성애자의 삶이 어떨 지를 보여주는 초기 사례"라며 "탈레반은 세상을 향해 변화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탈레반 이념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전에도 성 소수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샤리아 법 해석을 강행하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면서 여성을 비롯한 성 소수자들의 삶은 급속히 악화했습니다.
메어샤드라는 가명의 아프간 출신 양성애자 남성은 "아프간에서 나는 항상 내 정체성을 숨겨야 했다"며 "내 정체성과 사상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지난 3년간 거의 집에만 머물렀다. 정말 무서웠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현재 아프간을 탈출해 유럽에서 불법 이민자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프간에 거주하는 또 다른 동성애자도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조용히 살고 싶으면 성소수자들의 명단을 넘기라는 협박과 회유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완전 국가와 정상 정부를 꿈꾸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세계 각국에 온건한 메시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악습에 가까운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샤리아 법을 따르는 이상, 여성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