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레반과 손 잡고 비밀협정…공항행 통로 만들어 자국민 탈출

탈레반, 카불 공항까지 미국인 비밀 호위
미 당국자 “대피 시스템 훌륭하게 작동”

미국은 자국민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탈레반과 비밀협정을 맺었습니다. 테러 위험이 높은 게이트 대신 공항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새로 만들고, 미국인을 안내하는 콜센터도 세웠습니다.

31일(현지 시각) CNN은 미 국방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군이 탈레반과 협정을 맺고 미국인들을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인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대피 대상 미국인들은 공항 근처 지정된 집결소에 모이도록 통보를 받았습니다. 탈레반은 출입 자격 서류를 확인한 뒤 비밀 게이트와 가까운 곳까지 인솔했습니다.

당시 공항 내부는 미군이, 외부는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공항 도착 직전까지 탈레반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한 겁니다. 해당 방식의 이동 계획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 특수작전부대는 공항행 비밀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카불 공항 외부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자국민을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탈출 안내를 위한 콜센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의 한 당국자는 “탈레반의 호위로 대피 시스템은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CNN은 여권과 영주권을 지닌 일부 미국인이 공항 근처 탈레반 검문소에서 막혔다는 다수의 보도가 있었다며, 탈레반이 일부 미국인 진입을 불허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30일 미국 중부사령부 프랭크 맥킨지 사령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작전부대의 개입을 밝히며 미국 시민 1,064명과 미 협력자 2,017명의 대피를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과 협력한 미국인 대피 작전은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극비사항이었습니다. CNN은 작전이 공개될 경우 탈레반 대원 및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공격 위험성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