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로힝야 난민캠프 내 아이들의 모습. [사진 = 세이브더칠드런] |
세이브더칠드런이 로힝야 캠프 내 정신건강 의료진 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로힝야 난민 아동은 화재와 홍수, 사이클론 등의 자연재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삼중고 속에서 심각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의료진이 응대한 아동 중 약 35%가 자해 경험이 있으며, 73%는 최근의 화재나 폭력 상황을 4년 전 미얀마에서의 충격적 경험과 연관 짓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난민 캠프 내 화재 발생 건수는 최소 100건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전체 화재 발생 수인 82건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3월 22일 발생한 화재로 난민 캠프 내에서 1만여 가구가 소실된 사건은 미얀마 탈출 당시 집이 불에 타는 모습을 목격한 아동들에게 트라우마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지난달 폭우로 난민 캠프 내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아동 3명을 포함해 10명이 사망하고 2만5000채의 주택이 파괴됐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본 로힝야 난민은 8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이은 화재와 홍수로 올해에만 두 번이나 집을 잃은 이들도 있다. 반나(가명·11)의 가족은 지난 3월 화재로 거주하던 집이 전소돼 한 달 넘게 방수포 천막에서 생활했다. 기다림 끝에 새로 지은 집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폭우와 산사태가 덮쳐 집이 붕괴됐다. 반나의 어머니 루바이다(가명·30)는 "지난 4년 간 집을 다섯 번이나 새로 지었다. 불이 나서 새로 짓고, 비 때문에 산사태가 나서 또 무너졌다. 코로나19 때문에 난민 캠프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수석 정신건강 전문가 루마 콘도카르는 지난 1년간 발생한 위기에 아이들이 적절히 대처할 수 없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연이은 재난으로 트라우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아동이 수백 명이다. 올 초 발생한 대규모 화재 사건 이후로 아이들이 화재 상황에서 대피하지 못하는 악몽을 꾸고 있다"며 "수많은 아동이 미얀마에서 자신의 집에 불이 난 걸 목격했다. 내 집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불길에 휩싸인다는 상상을 해보라. 어린아이의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노 반 마넨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로힝야 아이들은 지난 4년 간 그 어떤 아동도 평생 동안 겪지 말아야 할 고통을 견뎌내야 했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부터 공포스러운 폭력 상황을 목격한 아이들이 이제는 그나마 가진 것조차 불에 타거나 홍수에 휩쓸려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이들이 의지하던 심리적 지원과 보호 서비스조차 1년 넘게 원활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50만 명에 가까운 아동이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 갇혀 있으며 생존을 위해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생명을 살리는 우리의 활동이 계속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의료팀은 방글라데시 정부를 도와 55세 이상의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예방 접종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인식 개선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한 시기에 로힝야 난민이 자발적으로 미얀마로 귀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도록 국제 사회의 역할을 촉구하며,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로힝야 난민에게 가해진 폭력 사태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2017년부터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25만달러(약 2억 9000만원) 상당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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