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지난 24시간 동안 미군 항공기 28대를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1만400명을 대피시켰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연합국 항공기 61대가 아프간에서 해외로 추가 이동시킨 5900명까지 포함하면 만 하루만에 모두 1만6000명을 탈출시켰다. 미국인, 동맹국 국민, 위험에 처한 아프간 사람들을 더한 규모다. 이에 따라 지난 8월14일 이후 총 대피인원은 3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탈레반의 아프간 함락 초기에 미군이 일일 2000~3000명을 구출하던 것에 비해 대피속도를 상당히 높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위험하고 도전적이면서 역사상 가장 대규모 항공수송에 4개 대륙에서 26개국이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완전철군 시한인 8월31일까지 카불공항을 통해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전부 대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프간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약 1만명, 현지 협력 아프간인 8만명 가운데 아직도 탈출하지 못한 인사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카불공항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통제하는데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공항 주변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영국, 프랑스 등은 철수 시한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첫 번째 우선사항은 우리 국민과 지난 20년간 도와준 아프간 현지인들의 탈출을 완료시키는 것"이라며 "국제 공동체로서 장기적으로 공통된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현재 수행중인 작전을 마무리하려면 미국에서 정해놓은 마감시한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8월31일을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철수시한 조정여부를 긴급히 결단해야 한다. 민간인들의 안전한 탈출을 돕기위해 아프간에 재배치한 병력 6000명과 물자를 회수하는 데도 며칠씩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애덤 시프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정보당국의 보고를 받은 뒤에 "아프간에서 미국인과 현지 협력자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시한내에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아프간 사태 논의를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아프간에서의 철수 시한 연장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다. 또 탈레반의 인권탄압과 테러지원이 지속될 경우에 경제제재하거나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미국이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맺은 평화합의에서의 철군 약속을 예정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과 동맹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넘겨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9.11 이전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가 8월31일로 철수날짜를 못박은 바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떠나기로 결정한 8월31일을 지키지 않으면 명백히 위반"이라며 "(레드라인을 넘은 것에 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고, 탈레반 지도자들이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적합한 증빙서류를 지닌 사람들의 상업용 비행기를 통한 출국을
탈레반은 지난 23일 아프간 함락 이후 수도 카불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지도자 회의인 ‘로야 지르가'를 개최해 새로운 국가 통치 방침을 전했다. 또 여성 인권 존중과 자유로운 출입국 등 포용적 정부와 관련한 유화메시지도 거듭 내세웠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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