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군에게 협력한 통역사의 가족에게 보낸 사형선고장이 공개돼 국제사회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 점령 직후 사면령을 발표해 미군 협력자에 대한 신변안전을 약속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숙청을 계속하는 '두 얼굴'을 보였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은 탈레반이 미군 통역사인 형제의 피신을 도운 가족에게 보낸 청문회 출석 요구서와 사형판결문을 입수해 번역, 보도했다. CNN은 관련자들의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발급 시기와 대상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탈레반은 청문회 출석 요구서에는 "당신은 십자군(미군)의 통역관이었던 형제에게 안전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의의 근거는 '무자헤딘'(성전에서 싸우는 전사) 집단이 작성한 보고서였다. 이 문서에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궐석재판이 진행되며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이어 탈레반은 피고인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자 재차 보낸 문서에서 "당신은 상급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이 길을 선택했고 죽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형판결문'을 보낸 셈이다. 이 문서들은 탈레반이 미군 협력자와 그 가족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CNN은 강조했다.
이 문서들은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당시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전 아프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성 인권 침해와 사적 처형이 이어지며 탈레반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CNN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특별이민비자(SIV)를 신청한 아프간 협력자들은 물론 생명을 위협받는 여타 현지인들도 대피시켜야 한다는 국내외의 압력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 국제공항을 통한 철수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3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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