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관련 방역 수칙을 세운 홍콩에서 할리우드 배우가 자가격리 없이 쇼핑하는 모습이 포착돼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최대 3주 격리를 요구하면서 유명인에게는 격리를 면제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이유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4일 배우 니콜 키드먼은 쇼핑몰 '퀸스로드 센트럴'을 방문해 패션 매장 코스(COS)에서 쇼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매장 관계자도 키드먼이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니콜 키드먼은 지난 12일 아마존 제작 드라마 시리즈 '엑스패츠(Expats)'촬영차 홍콩에 입국했다. 입국 사흘째에 격리 없이 경호원과 공공장소를 다니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홍콩 상업 경제국은 키드먼을 자가격리에서 면제한 이유에 대해 '전문적인 직업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홍콩 경제 발전과 필수 운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네티즌들은 '위선적인 정부'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SCMP 기사에는 "(니콜 키드먼이 홍콩 경제에 기여했다면)우리가 홍콩 경제에 기여한 건 뭐가 되냐. 귀 닫은 정부와 무능한 공무원(Sandra H)", "호주 시드니는 주민들이 자기 집 반경 5㎞를 벗어나지 못하게 봉쇄했는데, 니콜 키드먼은 7000㎞를 날아와서 격리도 면제 받았다. 호주와 홍콩 정부 모두 딱하다(Jeff C)", "유명한 사람은 코로나에 안 걸리나. 방역보다 돈을 앞세울 거면 그냥 홍콩을 개방하라(Billy C)"등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트위터에서도 니콜 키드먼이 외부에서 활동하는 사진이 다수 올라왔고, 홍콩 정부 조치와 배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콩에서는 엄격한 자가격리 규정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는 사람이 많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는 홍콩 시민들이 고향을 2년간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불만이 더욱 고조됐다.
기존에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홍콩에 들어오면 지정 호텔서 7일간 의무 격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20일부터 새로 강화되는 규정에 따르면 어디서 입국하느냐에 따라 자가격리 기간이 최대 21일로 늘어난다.
호주 출신 배우 니콜 키드먼은 델타 변이 확산이 심각한 '중위험국가' 호주 시드니에서 개인 전용기로 출국했다. 새로 시행되는 규정에서는 호주 입국자는 14~21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키드먼 의 남편인 컨트리 음악 가수 키스 어번은 두 사람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호주 언론에 공개했었다.
홍콩 당국은 19일 니콜 키드먼이 자가 격리 면제 조건을 위반하지 않았고,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7월에는 검역 면제 조치를 받은 사우디
홍콩에서는 19일 기준 5명의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보고됐다. 5명은 모두 외국에서 유입된 사례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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